본문내용
1. 서론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과학과 이성이 주도하는 시대이다. 오랜 과거 신비와 종교가 사회를 이끌던 시대와는 달리, 철학과 과학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과학은 인류가 하늘을 날고 지구 반대편과 대화할 수 있도록 물리적 삶을 바꿔놓았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 사고관이라는 형태로 전 인류의 사고 속에 널리 퍼져있다. 과거 시대와 현대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달라진 지식과 가치관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와 같은 다양한 지식 분야를 체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철학
2.1. 진리에 대한 관점
진리란 절대성, 보편성, 불변성을 지니는 속성이다.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진리를 추구해왔지만 아직 그 누구도 진리를 마주한 사람은 없다. 진리에 대한 태도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되는데, 진리는 존재한다는 절대주의,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대주의, 진리의 존재여부를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 진리의 존재는 중요하지 않다는 프래그머티즘이다.
원시 시대에는 자연신이 진리로 여겨졌고, 고대 시대에는 신화가, 중세에는 유일신이 진리로 인정되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수학, 물리학, 철학 등의 이성이 진리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며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낙관이 무너졌고, 수학, 물리학, 철학 자체에서도 인간의 인식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결과들이 등장한다.
이에 따라 현대에는 근대의 이성 중심적 사고에 대한 비판이 등장하는데, 이를 '탈근대성' 또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중세와 근대가 추구했던 이분법을 거부하고, 소외되고 억압되어 왔던 가치들을 복원하고자 했다. 대표적으로 1960년대 프랑스의 68혁명과 건축분야의 해체주의를 들 수 있다.
2.2. 고대 철학
소피스트는 자연철학자 이후 등장한 이들로 상대주의자들과 회의주의자들이었다. 이들은 인간의 삶의 방식에서 공통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였으며, 굳이 공통점을 찾을 필요 역시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자연철학자들과 달리 고정된 본질이나 실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상대주의와 회의주의 입장을 비판하고 절대적인 진리를 추구하였다. 그는 사람들과의 문답법을 통해 누구나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지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며, 이러한 질문과 답을 통해 진리에 다가가는 방식을 '산파법'이라고 불렀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절대주의 사상을 극단화하여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며 불변하는 진리인 '이데아'를 제시하였다. 플라톤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는 이데아 세계의 그림자일 뿐이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세 가지 방법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첫 번째는 '상기'로 인간의 영혼이 현재 육체로 들어오기 전에 이데아의 세계에 존재했기 때문에 막연히 그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변증'으로 사물과 사물 간의 관계를 파악함으로써 사물의 본질을 추상할 수 있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사랑'으로 사랑을 통해 특수한 것을 넘어 보편적인 것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절대적인 하늘 위 진리를 추구한 스승과 달리, 일부 보편적인 지식이나 초월적인 관념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변화하는 땅 위 세상에 관심이 많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이 탐구한 초월적인 근원에 대한 내용을 '형이상학'이라는 이름의 저서에 정리하였는데, 이는 현상 이면의 근원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여러 가지 현실 학문들의 기초가 되는 근원 개념들의 또 다른 근원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한편 그는 눈에 보이는 현실 세계의 원리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세계에 존재하는 개체들을 '질료'와 '형상'으로 구분하고자 하였다. 질료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재료이고, 형상은 질료를 통해 만들어진 존재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질료와 형상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어서, 질료는 질료를 이루는 또 다른 형상이 될 수 있고, 형상도 형상이 모여 또 다른 형상을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질료의 가장 근원적인 아래단계로 내려갈 때 최초의 질료로서 어떠한 형상도 가지고 있지 않은 '제일(1)질료'가 있으며, 반대로 모든 형상 가장 위에 있는 궁극의 형상을 '순수형상'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신으로 생각하였다.
이러한 고대 철학자들의 탐구는 이성과 합리성, 그리고 객관성을 중시하는 서양 철학의 기반을 형성하였다. 고대 철학의 핵심 주제는 세계의 본질과 구성에 대한 탐구였으며, 이를 통해 인간과 우주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정립하고자 하였다. 소피스트들의 상대주의와 회의주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절대주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상대주의와 절대주의의 결합 등 다양한 관점들이 고대 철학의 주된 특징이었다. 이러한 고대 철학의 전통은 중세와 근대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서양 사상의 근간이 되었다.
2.3. 중세 철학
중세 시대에는 교부철학과 스콜라철학이 발전하였다. 교부철학은 초기 그리스도교가 지닌 계시적이고 신비적인 측면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체계를 갖추고자 하였으며, 플라톤주의와 신플라톤주의를 차용하였다. 오리게네스, 그레고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등이 대표적인 교부철학자이며, 이들은 신의 이데아가 천국이고 지상은 그 그림자라는 플라톤의 이원론을 차용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세계가 신의 의지에 따라 창조되었으며 원죄를 짊어진 인간은 신에 의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스콜라철학은 교부철학에 비해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측면이 강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적 흐름을 도입하였다. 스콜라철학에서는 보편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둘러싼 '보편논쟁'이 이루어졌는데, 실재론자와 유명론자가 대립하였다. 실재론자인 기욤은 보편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주장한 반면, 유명론자인 로스켈리누스는 보편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개별적인 것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절충한 아벨라르는 보편은 실제 의미와 가치를 지니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적 실체가 아니라 인간 사고의 관념이라고 주장하였다.
한편 중세 시대에는 회의주의도 논의되지 않았는데, 이는 신에 대한 부정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대교는 유일신 개념을 공유하고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중세 철학에서 특징적인 것은 창조신이 지배하는 세계관과 이에 부합하는 합리적 체계의 구축이었다. 교부철학자들은 플라톤주의와 신플라톤주의를 활용하여 그리스도교 교리를 체계화하고자 하였고, 스콜라철학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도입하여 인간 이성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중세 철학은 신의 창조와 인간의 구원이라는 종교적 주제를 철학적으로 체계화하는 데 기여하였다.
2.4. 근대 철학
근대에 들어서면서 진리의 대상이 신 중심에서 이성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그러나 진리를 바라보는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아, 절대주의와 상대주의 간 논쟁이 유사하게 이어졌다. 중세의 실재론과 유명론이 있었다면, 근대에는 합리론과 경험론의 논쟁이 이어졌다.
합리론은 실재론과 비슷한 사고로 개별적으로 관찰되는 개체보다는 변하지 않는 수학적이고 관념적인 이성을 중요시하였다. 대표적 합리론자인 데카르트는 인간의 지식을 감각지식, 일반지식, 보편지식으로 나누어 의심해보기 시작하였고, 그 끝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제1명제를 도출하였다. 이를 통해 신과 세계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였다.
이에 반해 경험론은 유명론과 유사하게 보편은 존재하지 않고 허구적인 단어일 뿐이며,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개별적인 개체라는 입장이었다. 대표적 경험론자인 베이컨은 기존 학문의 우상을 비판하며 귀납법을 제시하였다. 그는 연역법이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합리론과 경험론의 논쟁에서 칸트는 이를 종합하여 관념론을 주장하였다. 칸트에 따르면 우리가 외부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주체의 판단형식이 작용하며, 이를 분석함으로써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기존 철학의 주류였던 합리론과 경험론에 반발하여 등장한 니체의 회의주의 역시 주목할 만하다. 니체는 서구 문화 전체를 전복하고자 하였으며, 특히 그리스도교 전통에 기반한 윤리관을 신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