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홍루몽》 개요
1.1. 《홍루몽》의 내용 및 배경
《홍루몽》은 청대 대귀족 가문 내에서 벌어지는 청춘남녀의 애정관계를 통하여 가문의 몰락과 시대의 비극을 묘사한 장편 백화소설이다. 《홍루몽》은 가보옥, 임대옥, 설보채 세 사람 사이에 벌어진 연애비극에 대한 묘사를 통해 가(賈)·설(薛)·사(史)·왕(王)씨 4대 봉건귀족가족의 흥망의 역사를 기술함으로써 청대 봉건사회 말기에 처해있던 중국사회의 온갖 모순을 해부해 놓았다.
중국봉건사회 말기의 축도인 賈府의 영국부에는 여러 가지 모순과 갈등이 뒤엉켜 있었다. 귀족지주와 농민, 귀족지배자와 노비, 봉건제도의 수호자와 반역자, 귀족과 귀족, 노비와 노비 사이의 대립과 갈등은 복잡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거기에서 표현된 인간들의 생각과 행동은 모두 개성이 선명한 사회적 전형으로서의 특성이 역력하여 깊은 감회를 자아낸다.
4대가문의 하늘에 사무치는 죄악, 호화방탕한 생활이 귀족내부의 모순과 노비들과의 갈등, 가문의 흥성을 책임져야 할 가보옥의 출가, 영국부의 가산(家産) 차압, 賈母의 죽음, 영국부 권력의 기둥이었던 왕희봉의 요절 등으로 권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을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봉건제도가 멸망해 가는 필연적 추세임을 암시해 주었다.
《홍루몽》은 이런 허다한 모순들 가운데 봉건제도 수호자와 반역자 사이의 모순과 갈등을 중심에 놓았기 때문에 그 비극적 색채가 보다 더 선명해지고 사회적 의의가 더욱 심화되었다. 또한 이러한 모순과 갈등을 인물형상을 통해 표현하였고, 그 중심 인물로 가보옥, 임대옥, 설보채, 왕희봉 등이 있다.
1.2. 《홍루몽》의 주요 인물
《홍루몽》의 주요 인물은 다음과 같다.
가보옥(賈寶玉)은 《홍루몽》의 핵심인물이다. 태어날 때부터 옥을 물고 태어났다고 하여 "보옥"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귀족집안인 가씨 가문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자랐다. 가보옥은 전통 봉건사회의 가치관에 반항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부친에게는 무능하고 출세할 수 없는 자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대관원 내에서는 여성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로 사랑받고 있었다. 가보옥은 여성을 존중하고 남녀평등, 개성 해방을 추구하는 인물로, 봉건제도에 반항하는 중요한 인물유형을 대표한다. 가보옥의 출가(出家)로 끝맺는 비극적 결말은 봉건체제의 필연적 몰락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
임대옥(林黛玉)은 가보옥의 고종사촌 누이이며, 금릉십이채 중 한 명이다. 임대옥은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고 부덕(婦德)에 배치되는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반역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병약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인해 가보옥과의 순탄한 애정관계를 이루지 못하다가 결국 절망 속에 죽음을 맞이한다. 임대옥의 비극적 죽음은 봉건제도에 의해 희생당하는 인물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설보채(薛寶釵)는 가보옥의 이종사촌 누이이자 후에 그의 아내가 된다. 설보채는 봉건사회의 이상적인 '부녀자' 윤리를 대변하는 인물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처세 원칙을 갖고 있다. 그녀는 가모, 가정, 왕부인 등과 함께 봉건제도의 수호자 입장에 서 있다. 가보옥과의 애정 없는 결혼으로 인해 불행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설보채의 인물 형상은 임대옥과 대비되며, 봉건사회의 부녀자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왕희봉(王熙鳳)은 가보옥의 사촌형수이자 가련(賈璉)의 아내이다. 그녀는 경망스러운 체격에 영리하고 민첩한 성격의 소유자로, 가씨 집안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는 인물이다. 지나친 이기심과 냉혹함으로 인해 가씨 집안의 몰락에 일조하게 된다. 왕희봉의 유형은 중국 고전소설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여성 인물이며, 봉건통치계급의 부패상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
청문(晴雯)은 가보옥의 시녀로, 고아 출신이다. 강한 개성과 정신적 독립성을 지닌 청문은 부당한 대우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지키다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청문의 비극적 죽음은 보옥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봉건사회의 잔혹성과 부조리를 고발한다. ""
2. 작가 조설근
2.1. 조설근의 가정 환경
조설근의 가정 환경은 다음과 같다.
조설근의 조상은 본래 한인이었으나, 명 영락(永樂) 시기에 요하(遼河)의 동쪽으로 이전했으며, 후에 만주(滿洲) 정백기(正白旗)에 편입되었다. 청 초, 그의 고조(高祖) 조진언(曹振彦)이 청 군에 들어가 전투에서 공을 세움에 따라 조씨 집안은 궁정을 위해 일하는 내무부(內務府)의 관원이 되었고, 이때부터 집안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의 증조(曾祖) 조새(曹璽)의 처는 강희 황제의 보모(保姆)였고, 그의 조부(祖父) 조인(曹寅)은 어릴 때부터 강희의 반독(伴讀)이었다. 이러한 특수한 관계에서 강희가 제위에 등극한 후, 조씨 가문은 각별한 총애를 받았다.
강희 2년(1663년), 증조 조새(曹璽)는 강령직조(江寧織造)를 맡았고, 이후 약 60여 년 동안 조부 조인(曹寅) 및 조촌(曹 ), 조부(曹俯)가 이 직책을 세습했다. 강령직조는 명의상 궁정을 위해 직물 및 일상용품을 사들이는 작은 기관이었으나 실제로는 강희파로서 강남에 주둔하면서 군사, 행정, 민심을 감찰하는 강희의 핵심 측근들이었다. 강희가 6차례 강남을 순찰했는데, 그중 4차례는 조인이 영접하였으며, 또한 강녕직조부를 행궁(行宮)으로 삼았다. 동시에 강령직조는 강남의 견직업을 통제하여 중간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조설근은 이처럼 번성하고 영화로운 집안 환경에서 그의 나이 13살 소년시기까지 보냈다. 그러나 작가가 13살 될 무렵, 강희가 죽자 조씨 가문의 생활형편은 급격히 하락되었다. 격렬한 투쟁을 통해 황위를 획득한 옹정이 자기 부친의 내외 측근자를 철저히 제거함으로써 가산을 몰수당하고 북경으로 이사했는데, 결국은 집안이 철저히 몰락하였다. 조설근은 시와 그림 등을 팔아 근근히 생활하면서도 부귀영화를 누린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재능이 넘치는 사람으로서, 사회 밑바닥의 생활에서 느낀 인생·사회·세상 물정에 대한 예사롭지 않은 체험을 바탕으로 약 10년 동안 심혈을 쏟아 《홍루몽》을 남긴 것이다.
2.2. 조설근의 삶과 창작 활동
조설근은 1719년 출생했으며, 그의 조상은 원래 하북의 한족으로, 일찍이 만주로 이주하여 살다 만주귀족에 의해 노예가 되었다. 그러나 만주족을 재조직한 누루하치(1559-1626)에 의해 팔기의 일원이 되어 정복왕조의 창출을 위한 대열에 참여했다.
조설근의 아버지는 이미 2대 이상을 조씨 집안에서 역임한 강녕직조를 계승했다. 이러한 행정 고위직의 부자계승은 청조와 같은 정복왕조에서만 볼 수 있었던 현상이다. 그러나 조설근의 아버지가 일찍 사망하자, 그 직책은 사촌에게 넘어갔다. 설상가상으로 강희 황제의 뒤를 이른 옹정(1723-1735)이 왕위쟁탈을 둘러싼 반대파 인사에 대한 대규모 숙청을 단행하여 조씨 가문도 타격을 입었다. 이후 건륭(1835-1795) 황제의 관용으로 조씨 집안은 잠시 과거의 영화를 만회하는 듯했지만, 다시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조설근은 부귀영화로운 삶과 가난한 생활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었다. 술을 좋아하고 성격이 활달하여 문인재사들이 늘 끊이지 않았던 그는 다재다능하였다. 그러나 가난은 그에게 절망이었고, 소설이 그의 탈출구였다.
드디어 그는 삶의 마지막 10여년을 적막한 산촌에 은거하며 가난과 고독 속에서 《홍루몽》의 저술에 몰두했다. 원래 그는 《석두기》란 제목으로 80회까지 썼으나, 후에 40회가 더해져 총 120회의 《홍루몽》이 완성되었다.
이처럼 조설근은 부귀영화로운 시절과 비참한 생활을 모두 경험한 인물로, 자신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홍루몽》을 창작했다. 이 소설은 조설근의 사회・인생관을 깊이 있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홍루몽》의 판본
3.1. 지연계통 판본
지연계통 판본은 약 1754년부터 1791년까지 약 37년 동안 80회의 필사본이 유행했던 것으로, 《석두기》에 지연재(脂硯齋 뿌리 없는 작가의 친구나 친척으로 추정됨)가 쓴 평어(評語)를 덧붙인 것이다. 현재 이 계통의 원고는 10여 종이 있다.
지연재는 《석두기》 필사본에 평어를 덧붙임으로써 작가의 창작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