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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톤 체홉의 희곡 『갈매기』
1.1. 작품 배경 및 작가 소개
안톤 체홉은 1860년 1월 17일 러시아 남부 아조프 해 부근의 작은 도시 따간로그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작은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빠벨 체홉과 예브게니야였으며, 6명의 자녀 중 3남으로 출생하였다. 아버지는 그림과 음악 등의 예술에 조예가 깊었다. 체홉은 21세기 현대극을 형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당시 러시아 작가들과는 차별화된 자유로운 형식과 틀에서 벗어나 현대성에 가까운 작품들과 현실성에 가까운 인물들을 그려냈다. 그 중에서도 체홉의 작품 세계가 가장 진취적으로 드러난 작품이 바로 『갈매기』이다. 체홉의 리얼리즘 연기론인 가장 사실적이며 진실된 연기인척하지 않는 연기법 등은 『갈매기』를 통해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관련이 있으며 작품 속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갈매기』는 리얼리즘의 선두주자로서 지금의 동시대에서도 여전히 무대화되어지고 있으며 충분히 분석해 볼 가치가 있는 동시대적 작품이다. 등장인물들 모두가 사실적이며 인물에 대한 접근성에 있어서도 현실적인 농도가 매우 짙다. 이러한 특징은 체홉의 이전 작품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데, 이는 그 당시 체홉의 인식의 변화, 자신이 진실로 말하고자 했던 것, 작가로서의 갈망, 사회의 현실성 등을 『갈매기』란 작품을 통하여 정확하게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1.2. 주요 등장인물 분석
1.2.1. 니나
니나는 20대 초반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인물이다. 그녀는 연극배우를 꿈꾸는 젊은 여성으로, 어느 날 마주친 유명 작가 트리고린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이에 자신을 사랑하는 트레플레프를 뒤로한 채 모스크바로 떠나게 된다. 결국 유명 배우가 되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다가 고향 마을로 돌아오지만, 여전히 트레플레프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니나는 처음에는 명성만을 추구하며 자신의 꿈을 따르려 했다. 하지만 점차 내면이 성장하면서 이상향을 보다 순수하게 추구하게 된다. 그녀는 스스로를 '갈매기'라고 칭하며 자신의 꿈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트리고린과의 관계에서 겪은 좌절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온 니나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후련함과 배우의 꿈을 이루지 못한 비참함을 토로한다. 이처럼 니나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며 방황하다가 결국 좌절을 겪게 된다.
작품 속에서 니나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과 현실의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삶의 부조리를 보여주고자 했다. 니나는 자신의 이상향을 향해 노력하지만, 결국 현실에 좌절하고 고통받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삶의 의미에 대해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1.2.2. 아르카지나
아르카지나는 유명한 여배우이다. 젊었을 때 그녀는 연극 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현재는 나이가 들어 과거의 영광이 사라져 가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나이듦을 느끼며 젊은 연인 트리고린에게 매력을 느낀다. 아르카지나는 트리고린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나이듦을 감추려 한다. 그녀는 트리고린이 자신을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두려 한다. 아르카지나는 과거의 자신을 그리워하며 현재의 방황 속에서 힘겨워한다. 그녀는 자신의 나이듦과 평범한 삶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아르카지나는 자신의 영화 같은 과거를 추억하며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녀는 가치 없이 방황하며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아르카지나는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방황 사이에 갈등하는 인물이다.
1.2.3. 도른
도른은 50대 중반의 의사로, 소린 일가와 친분이 있으며 정직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는 인내심이 부족한 편이지만, 뜨레플레프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뜨레플레프의 죽음을 최초로 목격하기도 한다.
도른은 현실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평가한다. 그는 뜨레플레프의 연극에 대해 "중요한 것은 작품에는 명료하고 일정한 사상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지. 무엇 때문에 글을 쓰는지 똑똑히 알고 있어야 해. 그렇지 않고 일정한 목적도 없이 풍경 감상이나 하면서 길을 걸어가면 자네는 미아가 되어 결국 자기 재능 때문에 멸망하고 말게 될 거야."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도른이 작품에 일정한 목적과 사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도른은 뜨레플레프의 자살을 목격하고 이에 충격을 받는다. 그는 뜨레플레프의 자살을 막으려 했지만 실패하게 되어, 자신의 무력함과 아쉬움을 느끼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도른은 작품에 대한 현실적 평가와 인물에 대한 관심과 염려의 모습을 보이며, 주변 인물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인물로 나타난다.
1.2.4. 마샤
마샤는 소린의 관리인 사므라예프의 딸이다.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여기며 트레플레프를 끝없이 사랑한다. 트레플레프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하지만 니나를 향한 트레플레프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 결국 메드베젠코와 결혼하지만 사랑이 없는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낀다. 메드베젠코는 학교 교사로 돈에 집착이 강하지만 눈치가 없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마샤는 트레플레프를 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메드베젠코와의 결혼생활에서도 행복을 찾지 못하는 등 좌절과 고통 속에 살아간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하지 못하면서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인물로, 현실과 이상의 갈등 속에 방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1.2.5. 메드베젠코
메드베젠코는 50대 중반의 학교 교사이다. 그는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며, 한편으로는 다소 순박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마샤와의 결혼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경제적 안정을 위해 부인을 선택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는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 노력하지만, 아내인 마샤와의 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메드베젠코는 현실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여 있으면서도,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은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의 이러한 모습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다른 인물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