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그리스 신화와 세계관
1.1. 아버지 죽이기의 역사
1.1.1. 우라노스와 크로노스의 갈등
태초에, 카오스의 혼돈 속에서 최초로 왕으로서 군림한 우라노스가 그의 어머니인 대지 가이아와 결혼하여 12명의 티탄과 키클로페스 3형제, 헤카톤케이르 3형제를 낳았다. 이들 형제는 외모가 흉물스러웠뿐 아니라 말썽을 일삼았으므로, 우라노스는 이들을 가둬 버렸다. 몸과 마음이 불편해진 가이아는 우라노스를 없애도록 티탄을 설득하였는데, 막내인 크로노스만이 그 말을 따랐다. 가이아는 크로노스에게 낫을 주었고, 크로노스는 우라노스가 가이아에게 접근할 때 그의 성기를 잘라 버렸다. 이로 인해 하늘(우라노스)과 땅(가이아)이 영원히 갈라져서 다시는 섞이지 않게 되었다.
이 우라노스와 크로노스의 갈등과 다툼은 하늘과 땅의 분리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싸움은 세계의 지배권을 차지하기 위한 권력 쟁탈로 볼 수 있다. 우라노스는 크로노스의 왕위 찬탈을 두려워하여 가이아의 자궁에서 아이가 나오지 못하게 가두었으며, 크로노스 역시 제우스를 두려워하여 레아가 낳은 자식들을 모두 자신이 삼켜버렸다. 이러한 왕위찬탈자의 모습은 그리스 신화의 시작인 우라노스, 크로노스, 제우스 그리고 아킬레우스까지 나타난다. 방법은 다르나 아버지가 아들을 두려워하는 것 그리고 아들이 아버지의 강력한 권위에 맞서 대항하는 것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그리스 신화에서의 아버지 살해는 권력의 확보를 위한 대립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1.1.2. 크로노스와 제우스의 대결
크로노스와 제우스의 대결은 그리스 신화에서 드러나는 전형적인 아버지 죽이기의 한 양상이다. 크로노스는 자신의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하고 권력을 장악했지만, 자신의 아들 제우스에 의해 몰락하게 된다.
크로노스는 자신의 아버지 우라노스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예언을 두려워하여 태어난 아이들을 모두 삼켜버렸다. 그러나 제우스만은 어머니 레아의 도움으로 구출되어 자랄 수 있었다. 성장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에 대항하여 전쟁을 일으켰고, 결국 크로노스를 몰아내고 신들의 지배자로 등극하게 된다.
이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장남과 아버지 간의 갈등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아버지가 자신의 권력과 재산을 장남에게 물려줄까 두려워하여 아들을 해치려 하고, 이에 반발한 아들이 아버지를 제거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또한 이러한 아버지 죽이기의 모티프는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들의 성장과 승리를 상징하는 핵심적인 구조로 기능한다.
결국 크로노스와 제우스의 대결은 권력 투쟁이자 가부장제 아래 아버지와 아들 간의 필연적인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반영하는 동시에 영웅주의와 민족 우월감을 표현하는 신화적 장치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1.1.3. 가부장제 사회와 아버지 죽이기의 관계
고대 그리스 사회는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하였으며, 이는 '아버지 죽이기' 모티브로 그리스 신화에 반영되었다. 가부장제에서는 장자가 가부장의 모든 것을 상속받게 되어, 장남과 가부장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게 되었다. 장남은 가부장이 사망하거나 은퇴한다면 자신에게 모든 권한과 지위가 넘어올 것을 알고 있었기에 빨리 아버지가 은퇴하기를 바랐을 것이고, 가부장은 자신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재산과 권력)을 넘겨주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이런 두려움으로 인해 많은 고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