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사직제례악 공연 관람 보고서
1.1. 공연 개요
사직제례악 공연은 조선시대 땅과 곡식의 신을 모시는 사직대제에 쓰인 제례악으로, 음악과 노래, 무용이 함께 하는 의례이다. 종묘제례와 더불어 조선시대 국왕이 직접 주관한 핵심 의례였으나, 1908년 일제의 강압으로 폐지되어 80년 동안 맥이 끊겼다. 1988년 전주이씨대동종약원(현 사직대제보존회)에 의해 복원되었으나, 악가무(樂歌舞)는 여전히 잊힌 상태였다. 이에 국립국악원은 2014년 정조여대(代)의 사직서의궤를 바탕으로 무대화하였고, 2024년 7월에는 새로운 복원과 현대적 연출을 가미하여 선보였다.
1.2. 공연 전 관람 경험
사실 '사직제례악'이 대중적이거나 유명하지는 않다. 그만큼 내가 공연을 관람하게 된 계기도 국악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다. 해당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던 중 생각보다 꽤 큰 행사인 것 같았고, 국악 관련 일하시는 분들은 보고싶어 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떤 분은 '너무 졸리지 않겠어요?' 라는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듣고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겼다. 국악원 공연들은 비교적 저렴한 편인데 마침 여름맞이 청소년 행사도 진행하고 있어 절반 가격에 관람할 수 있었다. 가장 비싼 좌석이 5만원에서 가장 저렴한 좌석은 1만원 이어 좌석 선택에 경제적인 제약이 덜한 편이었다. 여석이 많이 없긴 했지만 나름대로 관람 상황을 예상하면서 선택한 좌석은 3층이었다. 해당 공연에서는 가까이에서 배우들의 표정이나 행동등을 자세히 구경하는 것보다는 멀리서 어떤 대형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1.3. 무대와 객석의 관계
보통의 극이 스토리와 배우의 감정을 전달하는 목적을 갖는다면, 해당 공연은 하나의 전통을 보존, 재현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무대와 관객은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다.
공연 전 무대의 소품이었던 제사상이 관객석 쪽으로 가깝게 놓여있던 것이 눈에 띄었는데, 공연이 시작되자 그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관객은 땅과 곡식의 신이 되어 이 제사를 지켜본다는 컨셉이었다. 모든 제사들은 관객석을 바라보고 진행이 되었고, 공연에서도 신에게 외치는 말들이 좌우 스크린에 쓰여지며 관객을 향해 또렷히 전달하고 있었다. 때문에 무대와 객석 사이의 친밀성은 없는 수준이었지만 관객이 존재해야 완성되는 공연이면서도 신적인 존재로서 무대 공간에 함께 존재하게 되었다.
보통의 극 공연이라면 '제4의 벽'을 여실히 느끼면서 배우와 단절되어있는 느낌이라던가, 가끔가다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걸면 잠시 무대 안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게되는 듯한 관계를 지니게 된다. 하지만 이 공연은 관객인 내가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어 지상에 있는 인간과 연결되어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더라도 정작 닿을수는 없는 관계를 그리고 있었다. 이러한 무대와 객석의 관계는 꽤 흥미롭고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제례악 공연에 흥미를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1.4. 무대 구성 및 활용
무대는 전체적으로 검정색으로 덮혀있었고 시작 전에는 막이 내려와있어 이렇게 깊은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한 보편적인 막은 천으로 된 형태거나 적어도 '막'이라는 것이 티가 나야하는데, 이 무대에서는 디지털 스크린이 막의 역할을 하고 있어서 사실 벽인줄 알았다. 또 사직제례라는 것이 이렇게 많은 인원을 동원해서 진행되는 것인지 몰랐기에 아 이렇게 깊이가 적은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구나 싶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하고, 디지털 스크린에 간략하게 사직대제에 대한 설명 영상이 나오고 막이 걷히는 순간 무대의 스케일이 눈에 띄었다. 무대는 굉장히 깊었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악기들이 놓여있었다. 빔을 쏜 것인지 실제 야외 현장처럼 길도 재현을 한 것이 눈에 띄었다. 제사가 시작되고 무대위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순서대로 올라왔다. 무대 속 배우들은 제사를 하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으로 크게 나뉘었다. 제사하는 모습의 재현이라 배우들의 위치상의 움직임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각자의 자리가 정확히 정해져있었고, 무대는 계단 형식으로 단이 나뉘어져 있어 관객이 더 수월하게 무대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