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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토콘드리아와 유전병
1.1.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란?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중요한 소기관이다. 세포 내에서 핵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인 세포질에는 다양한 세포 내 소기관들이 존재하는데, 이 중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인 ATP(adenosine triphosphate)를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의 영양분을 세포가 이용할 수 있는 생체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미토콘드리아의 주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에너지 생산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요한 소기관인 것이다.
흥미롭게도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소기관 중 유일하게 자신만의 DNA를 가지고 있다. 이 DNA를 핵 속에 존재하는 DNA와 구별하여 미토콘드리아 DNA(mitochondrial DNA)라고 부르며, 줄여서 mtDNA로 표기한다. 이는 인간이 세포핵 속의 DNA 외에도 미토콘드리아에 별도의 DNA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미토콘드리아 DNA가 세균(bacteria)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이 바로 생명과학의 내공생설(endosymbiotic theory)이다.
1.2. 내공생설(endosymbiotic theory)
아주 오래 전, 핵을 가진 세포인 진핵세포(eukaryote)의 조상뻘이 되는 세포가 있었다. 이 진핵세포 조상이 살던 곳 주변에는 한 원시 세균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진핵세포의 조상은 이 원시 세균을 통해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고자 했고, 원시 세균은 조금 더 안전한 생활을 보장받고자 했다. 결국, 진핵세포의 조상은 자신의 몸 안으로 원시 세균을 받아들여 원시 세균에게 생존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에너지를 제공받게 되었다. 핵을 가진 세포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시 세균인 미토콘드리아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 것이다. 세포 안으로 들어와 공생하기 시작한 미토콘드리아는 수십억 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자신만의 DNA를 지금까지도 지니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를 통해서만 후손에 전달된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되면, 정자가 가지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는 난자 세포에 의해 파괴된다. 하지만 원래 난자 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파괴되지 않고 보존되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DNA는 어머니로부터 유전된다.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을 모계 유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1.3.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 원인
미토콘드리아의 경우 생체 에너지인 ATP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라는 물질에 쉽게 노출되게 된다. 이 활성산소가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데, 이로 인해 미토콘드리아 DNA는 핵 속의 DNA보다 돌연변이가 더 많이 일어난다.
핵 속에 있는 DNA의 돌연변이가 각종 유전 질환을 일으키는 것처럼,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 역시 유전 질환을 일으킨다. 미토콘드리아 유전병으로는 근육 쇠약, 간 기능 장애, 시각 장애, 청각 장애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도 시력 상실을 일으키는 '레버 유전성 시신경 병증(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은 대표적인 미토콘드리아 유전병 중 하나이다.
더 나아가 미토콘드리아 DNA에 유전자 돌연변이가 지속해서 발생하면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생산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럴 경우 당뇨병과 치매 등의 질환이 발병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토콘드리아 DNA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유전병뿐만 아니라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도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1.4. 미토콘드리아 유전병 사례
미토콘드리아 유전병 사례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은 돌연변이 유전자 때문에 세포 내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들이 영향을 받아 근육과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해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이 병에 걸리면 근육과 장기가 퇴화하다 결국 숨지게 되는 불치의 병이다.
둘째, 멜라스 증후군 역시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만큼이나 희귀한 질환으로, 발병 초기에는 경련과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심할 경우 당뇨와 뇌졸중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멜라스 증후군의 증상이 심해질 경우 치매로 이어지기 쉽고 결국에는 조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셋째, 리 증후군은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로 인한 미토콘드리아 질병 중 하나로, 뇌와 근육, 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질환은 대략 4만 명 가운데 1명 꼴로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