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문학과 정신분석
1.1. 정신분석학으로 문학 비평하기
처음에는 과학적 분석이 필요한 정신분석학으로 예술작품인 문학을 비평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문학 작품은 소망을 추구하며, 독자에게 수용되기 위해 무의식적 소망을 가공하고, 작품에 현실성을 부여하면서 현실 원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학작품은 무의식적 소망의 상상적 충족으로서의 공상인데, 과학적 분석이 가능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검증되지 않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문학과 정신분석」을 읽고, 문학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만 하기보다 특정 관점에서 해석을 하는 것도 작가의 의도에 다가감과 동시에 작가도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추출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공상은 꿈과 현실의 구분이 없지만, 문학 작가는 현실과의 관계를 의식하면서 작품을 형상화한다. 무의식적 소망을 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하게 형상화하는 작업에서 작가는 사회적 관념, 예술적 전통, 형식적 규범들을 자연스럽게 고려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는 문학적 형식으로 독자를 자신의 환상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독자는 작가가 유도한 환상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작가와 독자간의 소통적 측면에서 정신분석학적 시각의 문학 비평이 가능해진다."
1.2. 근대와 내면성
근대국가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정치적 주권의 문제이다. 정치적 주권이 없으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한 나라의 모든 영역을 주체적으로 다스릴 수 없다. 따라서 근대의 내면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역사적 과거를 되짚을 필요가 있다.
먼저 애국계몽기에서 근대적 내면성의 단초를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문학사에서 애국계몽운동은 극대민족국가 건설을 위한 발판을 뛰어넘은 대중과의 연대를 모색하던 시기로서, 문학이라는 핵심장르를 통해 문학의 담당층이 근본적으로 교체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한제국의 사회정치적 현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지식인들은 시대적 담론을 영웅에서 개인으로 전이하였다. 그 흔적은 "1910년에 가까워질수록 영웅이라는 메타포는 차츰 빛이 바래고, '조선혼', '너'이라는 메타포로 전이되어간" 글들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작품들에는 나'(개인)와 관계된 국가와 민족의 모든 것에 대한 상실의 메타포가 숨어 있다. 이제 국가와 민족은 보호하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계몽된 개인이 스스로 역사의 주체로 나서야 하고, 또 나설 수밖에 없는 역사적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한편, '-다'체는 모든 개인이 세계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상상한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서술자 자신이 1인칭에서 3인칭으로 전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게 된다. 철로가 개통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회의 공간의 구조가 변하였고, 나와 너 그리고 제3의 사물을 대표하는 하나의 보편적 언어가 필요해졌다. 한국근대소설사에서 3인칭 단수 '그'라는 대명사가 출현하는 때가 철도의 주요 간선이 거의 완성되는 시기와 일치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재일유학생들이 태극학보 와 대한흥학보 에 작품을 발표하던 무렵, 일본사회는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국가지상주의의 제국주의로 치닫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은 국가에 대한 개인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일본 사상계는 사회와 국가보다 개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당시 유행하던 자연주의 문학 또한 사소설을 통해 개인의 자아를 탐구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일본문단의 영향을 받은 애국계몽기 재일유학생 작가들은 일제의 반식민지로 전락한 대한제국을 바라보는 정치적 무기력의 상징이 되었고, 그들에게는 대한제국의 현실을 소설의 서사 속으로 수용하여 개혁할 만한 예술적 힘이 부족하였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 속에서 일본의 근대문학을 살펴볼 때, 나쓰메 소세키 작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세키는 반일본적인 것을 찾기 위해 떠난 영국 유학에서 반 서구적인 것, 즉 두 문명의 타자를 동시에 발견하였다. 이처럼 소세키는 근대문명의 중심에서 근대의 모순을 인식하고, 그것을 넘어서려 했다. 귀국 후 소세키는 당시 자연주의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창작활동을 하였다. 그의 시각에는 문명적 대타의식이 발견되는데, 그 대타의식은 서양 근대 문명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비롯된 것이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계급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전후 일본이 서양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제국주의로 치닫게 되었을 때, 소세키의 자기본위의 세게는 사상적 모순에 빠지게 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그의 사상적 모순은 그 자체가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근대의 위생관념은 제국주의적 감수성의 하나로, 그 나라의 문명수준을 가능 하는 척도로서, 문명과 미개를 구분하는 잣대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소세키의 소설은 메이지 시대의 사회분위기를 독창적으로 표현한 문학작가로 평가된다. 그의 문학이 한문학과 영문학, 개인과 개화, 자연과 문명의 대립적 구도의 틈을 벗어나지 못한 것도 이러한 시대적 특성의 역설적 반영이라 말할 수 있다.
1.3. 문학과 정신분석
1.3.1. 라캉의 정신분석 담론을 통해본 황석영의 『손님』(2001)
『손님』(2001)에는 라캉이 말하는 주인 담론, 대학 담론, 히스테리 담론, 분석가 담론이 모두 나타난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한국전쟁 기간 동안 주인공의 고향인 황해도 신천 '찬샘골'에서 일어났던 모든 전쟁범죄를 역사의 법정에서 기소하고 사면하였다"" 이러한 행위 속에는 우리가 고통스럽게 겪었던 냉전의 유령에 대한 애도와 함께 다시는 반복하면 안 될 이데올로기에 대한 애도가 들어 있다"" '애도'는 의 궁극적인 주제이다"" 이 애도의 행위는 전통적인 사람살이의 일을 잊고, 근대의 신학문을 최고선으로 받아들여 열심당이 되었지만, 민족은 결국 이데올로기적 외상만 입고 분단되었다는 사실 앞에서 역사적 반성을 이끌어낸다""
1.3.2. 역사 관찰자로의 작가 - 윤홍길의 분단소설론
분단소설 작가들은 주로 자신들의 유년기에 겪은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고통과 상처의 기억들을 작품 속에서 형상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