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미술의 본질에 대한 재해석
1.1. 근대의 발명품으로서의 미술
우리가 아는 미술은 근대의 발명품이다. 근대 이전에는 현재와 같은 의미의 '미술'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것은 다양한 제도에 의해 형성되고 정의되는데, 미술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아카데미, 미술관, 화랑, 미술사, 미학 등의 제도들이 미술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이 제도들이 미술 작품에 경계와 관행을 설정해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것을 미술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액자 틀이 그 안에 있는 것을 회화로 보게 만들고, 좌대가 그 위에 있는 것을 조각으로 보게 만든다. 과거에 미술이 아니었던 것들이 제도에 의해 미술로 규정되고, 또 현재의 시각에서 과거의 작품을 미술로 판단하는 것이다. 즉, 미술은 보는 사람, 해석하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각적 언어인 셈이다. 보는 사람의 해석과 지식에 따라 어떤 것이 예술인지 아닌지가 결정되며, 이런 판단과 지식은 특수한 상황에서만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미술은 근대 이후에 등장한 개념이며, 다양한 제도들에 의해 만들어진 발명품이라고 볼 수 있다.
1.2. 이데올로기로서의 미술
미술은 이데올로기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미술작품 속에는 그 작품이 제작되던 시대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되어 있기도 하고, 작품이 그 시대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비판적인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근대 이후 등장한 많은 현대 미술 작품들은 당시의 지배적인 관념이나 사회질서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미술이 단순한 감상의 대상을 넘어 현실 세계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표현하는 매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의 영화, 광고 등 대중매체 또한 우리의 삶이 반영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의 고정관념과 습관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특정 작품을 당연히 미술이라고 여기는 것 역시 이런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미술이라는 범주에 포함시키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 이데올로기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술은 그 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표현하는 매체로 기능한다. 작품 속에 투영된 이데올로기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미술 작품의 본질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3. 해석으로서의 미술
작품을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그 작품의 의미와 가치가 달리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 '해석으로서의 미술'의 핵심이다. 근대 이전의 작품들은 당시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와 역할을 지녔겠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 작품들을 자신의 시각과 이해에 기반하여 새롭게 해석하고 이해하게 된다.
과거 작품의 원래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는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그 작품들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게 한다. 작품이 창조된 당시의 맥락과 현재 우리가 가진 지식, 가치관, 경험 등이 서로 다르기에 우리는 그 작품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즉, 어떤 것이 예술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시대에 따라, 해석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해석으로서의 미술'은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의 상대성을 강조한다. 과거 작품을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예술의 개념은 고정적이거나 영원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재해석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2. 근대적 주체와 미술
2.1. 근대적 주체의 개념과 천재성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형태의 미술은 서구문화에서 개인이 자신의 인간성을 인식해 가는 방식이 혁명적으로 변화함에 발맞추어 발전한 것이다. 서구의 정치적 구조와 개인의 정체성의 패러다임은 18세기 말에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미술도 그 존재가 확실해졌다.
미술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내에서 주체라는 것이 어떤 조건을 전제로 하는지를 가시화 한다. 근대적 가치의 실현체로서 미술에는 제작자의 자유로움을 나타내는 기능이 있으며, 근대적 주체가 무언가를 소유하고 교환할 권리가 있다. 미술 작품은 전통적으로 미술가의 절대적인 소유물로, 그 또는 그녀의 본질적인 자아의 대리물 또는 실현으로 여겨진다. 또한 자유시장 내에서 전시되고 교환됨으로써 그 의미와 가치를 얻게 된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의 미술은 근대적 주체의 등장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근대적 가치를 실현하고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2. 주체로서의 미술가
미술가는 근대 시기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발달 속에서 주체성을 인식하게 되었다."미술작품은 창조자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의해 제작되었으며 이러한 미술작품은 미술가의 절대적인 소유물로, '자유시장'내에서 전시와 교환을 통해 그 의미와 가치를 획득하였다."" 근대 이전에는 예술가의 자유로운 창작 능력이 인정되지 않고 정치·종교적 후원자의 요구에 따른 작품 제작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근대 이후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예술가는 자신의 독창성과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미술작품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 예술가 개인의 창조력과 상상력이 반영된 창작물로 인식되었다. 또한 이러한 창작물은 자유로운 시장 경제 속에서 교환되고 가치를 획득하게 되었다. 이로써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에 서명을 하여 그것이 자신의 고유한 것임을 나타내는 권리를 갖게 되었다. 이처럼 근대 시기 예술가는 정치·종교적 주인의 명령이 아닌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작품을 창조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작품은 시장에서 교환되며 가치를 획득하게 되었다."
3. 예술의 개념 변화
3.1. 예술 개념의 근대적 형성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예술(ART)'이라는 용어는 근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예술은 배워야 할 규칙이 있는 지식이나 기능으로 여겨졌다. 중세에는 누구나 터득할 수 있는 기술(skill)로 인식되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미술가와 그 작품의 지위가 변화하기 시작했고 14-15세기에는 '미술'이라는 용어도 등장했지만, 여전히 현대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순수예술의 개념과 체계가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17세기 말 프랑스에서였다. 1764년 베르나르 드 보스(Bernard de Bosse)는 자신의 논문에서 순수예술을 음악, 그림, 조각, 무용 등으로 분류하면서 예술의 근대적 개념을 정립했다. 이는 18세기 말 유럽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당시에도 예술은 아직 광학과 기계학 등 다른 범주와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
순수미술이라는 용어는 17세기 중반에 처음 등장했지만, 그 당시에도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아름다움을 시각적 형태로 기술적으로 생산한 것이라는 현대적 의미의 정의는 1880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이처럼 근대 이전에는 예술이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독립적인 개념으로 인식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예술에 대한 이론적 논의인 미학 역시 근대에 들어서 발전했다. 1735년 철학자 알렉산더 바움가르텐이 '미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