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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연재난 및 사회재난 실태와 재난관리 개선 방안
1.1. 최근 자연재난의 특징과 실태
1.1.1. 기후 변화와 기습적 폭우 발생 양상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여름만 되면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비가 올까', '어떤 지역이 물에 잠길까', '우리 집과 내 차는 안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거의 매년 여름에 전국적으로 강한 비가 내리고 있는데, 이는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여름에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이 일상다반사였지만, 최근 들어서 강우의 패턴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올해 여름에 한반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린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이었다. 장마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한랭다습한 오호츠크해 기단 사이에서 형성되어 한동안 한반도 상공에 정체하며 많은 비를 내리곤 한다. 그런데 올해는 시베리아 지역이 비정상적으로 고온 현상을 보이면서 북극의 기온이 크게 올랐고, 이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아 수증기가 다량 함유된 찬 공기가 발생했다. 이 차고 습한 공기는 한반도로 내려왔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에 오랜 시간 동안 머물 수 있는 강력한 전선을 형성했다. 이 정체 전선은 6월 이후 중국 남부에서부터 동서로 길게 자리잡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지속적으로 수증기를 유입시켰다. 결과적으로 많은 비가 계속해서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고기압의 영향으로 인해 특정 지역에 계속해서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을 '대기의 강'이라고 부른다. 마치 땅에 강이 흐르듯이 상공에서는 수증기가 거대한 띠를 이루며 한동안 정체되어 있는 것이다. 대기의 강 현상은 올해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에 두드러지게 증가했는데, 문제는 이 대기의 강 현상이 한반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서울대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강수 중 대기의 강이 야기하는 강수는 연평균 51%로, 우리나라에 내리는 비의 절반 이상이 대기의 강에 의한 것이다. 즉 대기의 강이 커질수록 우리나라에 내리는 비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2020년의 경우 여름철 장마가 54일 동안이나 지속되었는데, 이는 평년보다 두 배 가까이 긴 기간이었다. 이처럼 대기의 강의 영향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의 강수 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주변부에서 여름철에 형성되는 대기의 강을 야기하는 것이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다량의 한랭고습한 수증기가 내려오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는 한 우리나라 주변부의 대기의 강은 더욱 길어지고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원래도 여름철에 장마가 기승을 부리는 지역이므로, 이것과 대기의 강이 결합하면 여름철 폭우는 피하기 어려운 숙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2. 폭우로 인한 도시 침수 피해 증가
폭우로 인한 도시 침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농경지나 산간 지역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도시 지역에서의 침수 피해가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집중 호우로 인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내려가는 속도보다 계속되는 폭우에 의해 물이 더 빨리 차오르기 때문이다. 도시에는 주거지와 상업지, 공업지 등이 밀집되어 있어 침수 피해가 크게 발생하고, 특히 지하차도나 지하주차장 등이 물에 잠기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청주의 한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포항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기후 변화로 인한 폭우의 양상이 변하면서 도시 지역에서의 침수 피해도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1.1.3. 기습적 폭우에 대한 재난 관리 실태 및 문제점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재난이든 사회재난이든 할 것 없이 일단 그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고 원인을 분석하다 보면 '결국 이번에도 인재(人災)였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포항 사고나 청주 사고 역시 그런 평가를 면하지 못했다. 기후 변화가 촉발한 기습적인 폭우는 이미 수 년째 반복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철에 이것에 충분히 대응하고 예비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 대규모의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교훈적으로 알려준다.
최근 여름마다 지대가 낮고 도로폭이 좁은데다가 대부분의 대지 면적이 아스팔트로 덮여 있는 서울 강남대로는 상습적으로 침수되고 있다. 이는 국가와 지자체의 재난 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개인이 피해를 막기 위해 방수문을 설치하고 대비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만 재난을 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결국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 관리 부실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포항의 사고나 청주 지하차도 사고의 경우 민간과 지자체 모두 부실한 재난관리와 안일함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교훈적으로 보여주었다. 사고가 발생한 후에 많은 언론에서 이 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심층적으로 취재해 소개했는데, 실상을 알고 나면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재난 관리에 허점이 많았다. 청주 지하차도 사고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습적인 폭우로 지하가 물에 잠겨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재난이 전국 각지에서 수 차례 발생했음에도 지자체의 재난 관리 시스템이 매우 안일하고 엉성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할 수 없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재난 관리 실태는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두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재난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사고가 발생한 뒤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재난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난 관리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인식 제고와 함께, 체계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2. 재난관리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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