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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아와 인류의 숙제
1.1. 기술 발달에도 불구한 기아 문제의 지속
정보기술의 발달로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있고 농업 기술과 기계의 발달로 먹을 것이 풍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의 절반 가까이가 기아와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는 공학기술의 윤리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인들의 윤리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 인구의 두 배를 먹일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양은 '부'에게 가고 '빈'에게는 극소량만이 돌아가고 있다. 이는 소득과 재산의 양극화 현상과 유사한데,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식'마저도 양극화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부자들은 음식물을 버리기도 하지만, 지구의 반대편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해 굶어 죽거나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 이처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은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정당화되곤 한다. 자연도태설과 같은 비인도적 논리가 만연하며, 지구에 이미 전 세계인구의 두 배만큼 식량이 생산되고 있음에도 일부는 자신들의 배만 채우려 들고 있다.
이러한 기아 현상은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구분할 수 있다. 경제적 기아는 가뭄이나 전쟁 등 급격한 경제적 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일시적인 기아이고, 구조적 기아는 경제발전 부진, 생산 인프라 미비 등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해 장기간 지속되는 기아를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적 기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환경난민이 되어 도시 빈민가를 형성하기도 한다.
결국 기아 문제는 단순한 공학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책임과 무관심으로 인해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부패와 무능, 다국적 기업들의 기아 악용 등으로 인해 기아 문제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1.2. 기아에 대한 비인도적 인식과 논리
세상에는 기아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논리가 만연하다.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풍족해서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하고 극소량의 비타민A조차 얻지 못해 굶어 죽거나 눈이 멀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기아를 자연도태이며 운명이라고 말하곤 한다. 서방의 부강한 국가들이 믿고 있는 신화가 바로 자연도태설이다. 맬서스의 이론에 기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지구의 인구는 높아져가는데, 따라서 증가하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구의 인구밀도가 포화되다 보면 지구는 점차 질식사의 길을 걷게 될 것인데 기근으로 인해 인구가 적당하게 조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에 이미 전세계인구의 두 배만큼의 사람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사람들이 자연도태설과 같은 비인도적인 생각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배만 채우고 있는 상황을 합리화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기아는 마치 자연이 스스로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어느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이론이 지배적이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불가피한 희생에서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은 사람이므로, 이는 이미 보편성과 타당성을 상실한 궤변에 불과하다."
1.3.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기아가 생기는 이유를 두 가지로 나누었다. 하나는 경제적 기아이다. 경제적 기아는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를 일컫는다. 예를 들면 가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