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면역의 기본 개념
1.1. 선천면역과 적응면역
1.1.1. 선천면역(비특이적 면역)
선천면역(비특이적 면역)은 생체가 타고나서부터 가지고 있는 비특이적인 방어기전으로, 병원체나 이물질이 신체에 침입했을 때 이를 즉각적으로 제거하고 감염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선천면역 반응은 면역계 내에서 중요한 첫 번째 방어선을 이루며,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 다양한 병원체에 대한 공격적인 방어 기능을 수행한다.
선천면역은 피부와 점막 등 물리적 장벽, 화학적 물질, 정상 미생물 집단 등 비특이적인 방어기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부와 점막은 병원체의 침입을 막는 물리적 장벽이 되며, 피지선에서 나오는 지방산, 위장관이나 요로생식기의 점액, 눈물과 침 등에 포함된 항균펩티드와 리소자임은 화학적으로 병원체를 살해한다. 또한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 무리가 영양분과 공간을 차지함으로써 병원체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어벽 역할도 한다.
한편 선천면역의 또 다른 중요한 구성요소는 수용성 성분과 세포성 성분이다. 수용성 성분에는 항균펩티드, 보체계, 인터페론 등이 포함된다. 항균펩티드는 주로 호중구와 상피세포에서 분비되어 세균, 진균, 바이러스의 세포막을 파괴하여 죽인다. 보체계는 혈청 내 단백질로 이루어진 체계로, 세균의 세포벽을 용해시키고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인터페론은 바이러스 감염 세포에서 분비되어 주변 세포로 퍼져나가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
선천면역의 세포성 성분에는 호중구, 큰포식세포, 수지상세포, NK세포 등이 있다. 호중구는 세균과 진균을 포식하여 제거하고, 큰포식세포는 병원체를 포식하거나 항원제시 기능을 통해 적응면역을 유도한다. 수지상세포는 항원을 포식하여 T세포에 전달함으로써 적응면역을 개시시키며,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공격하여 사멸시킨다.
이처럼 선천면역은 병원체 침입 시 빠르고 비특이적인 방어기전을 통해 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선천면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적응면역이 이를 보완하게 된다.
1.1.2. 적응면역(특이적 면역)
적응면역(특이적 면역)이란 미생물에 감염되어 얻어지는 면역으로, 특정 항원에 대해 특이적으로 반응하여 그 항원을 제거하는 면역반응이다. 선천면역이 비특이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이라면, 적응면역은 특이적이고 후천적으로 획득되는 면역반응이다.
적응면역의 핵심은 항원을 인식하고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T림프구와 B림프구이다. T림프구와 B림프구는 미생물 감염이나 이물질 유입 후 계속해서 증식하여 해당 항원을 활발히 제거하게 된다. 이렇게 획득된 면역력은 다음에 동일한 항원이 침입했을 때 더 신속하고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T림프구는 항원제시세포(수지상세포, 큰포식세포 등)에 의해 항원을 인식하고 활성화된다. CD4+ T 림프구(헬퍼 T 림프구)는 B림프구를 자극하여 항체 생산을 촉진하고, CD8+ T 림프구(세포독성 T 림프구)는 바이러스 감염세포나 종양세포를 직접 파괴한다.
B림프구는 세포표면에 항원 수용체를 갖고 있어 항원을 인식하면 증식과 분화가 일어나 형질세포로 분화하여 항체를 대량 생산한다. 항체는 항원을 특이적으로 인식하여 중화, 응집, 보체 활성화 등의 기능을 통해 미생물을 제거한다.
T림프구와 B림프구는 면역기억 세포를 만들어 동일한 항원에 다시 노출되면 더 빠르고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것이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을 획득하는 원리이다.
적응면역은 항원 특이성, 면역기억, 클론 선택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선천면역에 비해 훨씬 정교하고 효율적인 방어기전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적응면역의 특성은 인체가 다양한 병원체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해준다.
1.2. 면역계의 구성 요소
1.2.1. 조혈세포와 림프기관
조혈세포와 림프기관은 면역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모든 면역세포는 다기능 줄기세포에서 분화하여 생성된다. 줄기세포는 골수에 주로 존재하며, 집락형성세포를 거쳐 다양한 혈액세포계열로 분화한다. 이 과정에서 림프모양세포계와 골수모양세포계가 생성되는데, 이들은 각각 림프구와 다른 면역세포들의 근원이 된다.
림프계는 전신에 퍼져있는 림프조직들의 복합체이다. 면역세포들은 주로 림프기관에 모여 있으며, 크게 1차 림프기관과 2차 림프기관으로 구분된다. 1차 림프기관인 골수와 가슴샘에서 림프구의 분화가 일어나며, 2차 림프기관인 림프절, 비장, 점막연관림프조직(MALT)에서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림프절은 겉질, 속겉질, 속질로 구성되어 있다. 겉질에는 B림프구와 큰포식세포가 무리지어 존재하고, 속겉질에는 T림프구와 수지상세포가 모여있다. 속질에는 항체를 생성하는 형질세포가 위치한다. 비장은 기능적으로 큰 림프절과 유사하며, 혈액을 거르는 역할을 한다. MALT는 주로 위, 장관 등에 존재하며 점막 면역을 담당한다.
이처럼 면역계의 핵심 구성요소인 조혈세포와 림프기관은 면역반응의 근원이 되며,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줄기세포에서 분화한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림프기관에 모여 상호작용하며 효과적인 면역반응을 이끌어낸다.
1.2.2. 면역세포의 종류와 기능
면역세포의 종류와 기능은 다음과 같다.
조혈세포의 분화에서 시작하여 다형핵백혈구, 단핵포식계, 수지상세포, 림프구 등 다양한 면역세포가 생성된다. 이들 면역세포는 저마다의 고유한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을 매개한다.
다형핵백혈구에는 호중구, 호산구, 호염기구가 포함되며, 이들은 세균, 진균 등에 대한 방어기능을 수행한다. 호중구는 포식작용을 통해 감염균을 제거하고, 호산구는 기생충 감염에 대한 방어와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한다. 호염기구는 히스타민과 같은 화학매개체를 분비하여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단핵포식계에는 단핵세포와 큰포식세포(대식세포)가 포함된다. 단핵세포는 다양한 큰포식세포나 수지상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며, 큰포식세포는 항원을 포식하고 처리하여 T세포에 항원을 제시함으로써 적응면역반응을 유도한다. 또한 사이토카인 분비를 통해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수지상세포는 전문적인 항원제시세포로,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미성숙 수지상세포는 항원을 효율적으로 포식하고 성숙하여 림프절로 이동하면서 T세포에 항원을 제시한다.
림프구에는 B세포, T세포, NK세포가 포함된다. B세포는 항체를 생산하여 체액면역을 담당하고, T세포는 세포매개면역을 담당한다. 특히 CD4+ T세포는 도움 T세포로 작용하여 B세포의 항체 생산을 돕고, CD8+ T세포는 세포독성 T세포로 바이러스 감염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킨다.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선별적으로 공격하는 자연살해세포이다.
이처럼 각 면역세포는 저마다의 고유한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병원체 감염 및 암세포 제거 등 면역 기능을 담당한다.
1.3. 면역반응의 개시와 조절
1.3.1. PAMP와 패턴인식수용체
선천면역계 세포들은 직접적인 세포 간 접촉 또는 미생물에서 유래되는 수용성 분자 및 숙주의 손상된 세포에서 유래하는 물질들을 인지하여 활성화된다. 이러한 미생물 구성성분을 "병원체연관 분자양상(Pathogen-Associated Molecular Patterns, PAMP)"이라고 한다.
PAMP는 세균, 바이러스, 진균의 세포벽 구성성분 및 핵산 등 미생물의 특징적인 분자패턴으로, 면역세포들이 위험신호로 인식하여 선천면역반응을 개시하는 역할을 한다. PAMP에는 세균의 지질다당질, 펩티도글리칸, 리포테이코산 등과 바이러스의 이중나선 RNA, 비메틸화 CpG DNA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PAMP는 면역세포 표면의 "패턴인식수용체(Pattern Recognition Receptors, PRRs)"에 의해 인지된다. PRRs는 PAMP를 감지하여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수용체로, Toll-Like Receptor(TLR), RIG-I-Like Receptor(RLR), NOD-Like Receptor(NLR), C-type Lectin Receptor(CLR)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Toll-Like Receptor(TLR)는 대표적인 PAMP 인식 수용체로, 세포막이나 세포질 내에 존재하며 미생물의 특징적인 분자패턴을 인식한다. TLR은 총 10종류(TLR1~TLR10)가 알려져 있으며, TLR4는 그람음성균의 지질다당질을, TLR2는 그람양성균의 펩티도글리칸을 인식한다. 이렇게 PAMP와 PRRs가 결합하면 NF-κB, MAPK 등의 신호전달 경로가 활성화되어 염증성 사이토카인, 케모카인, 항균펩티드 등이 분비되어 선천면역반응이 개시된다.""
1.3.2. 사이토카인과 면역반응의 조절
사이토카인은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면역세포들이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은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을 연계하여 효과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사이토카인은 세포 간 신호 전달을 매개하는 단백질로, 면역계 세포들이 분비하여 다른 면역세포들의 활성화와 증식, 분화 등을 조절한다. 사이토카인은 세포 분화, 세포 증식, 세포 독성, 사이토카인 분비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선천면역반응에서는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등이 병원체에 의해 활성화되어 IL-1, TNF-α, IL-6 등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염증반응을 유도한다. 또한 IFN-α, IFN-β와 같은 항바이러스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초기 방어를 담당한다. 이렇게 분비된 사이토카인은 자연살해세포(NK세포)를 활성화시켜 바이러스 감염세포를 제거하는 등 선천면역반응을 강화한다.
적응면역반응에서는 T 림프구가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에 의해 면역반응이 조절된다. CD4+ T 보조 림프구는 Th1, Th2, Th17, 조절 T 세포 등으로 분화되며, 각 아집단이 분비하는 서로 다른 사이토카인에 의해 체액성 면역반응과 세포매개 면역반응이 조절된다. Th1 세포가 분비하는 IFN-γ와 TNF-β는 대식세포를 활성화시켜 세포독성 T 림프구의 기능을 돕고, Th2 세포가 분비하는 IL-4, IL-5, IL-13은 B 림프구의 항체 생산을 촉진한다. 또한 Th17 세포가 분비하는 IL-17은 중성구 동원을 유도하여 세균 및 진균 감염에 대한 방어기전을 강화한다. 한편 조절 T 세포가 분비하는 IL-10과 TGF-β는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하여 면역계를 적절히 조절한다.
이처럼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들 간의 상호작용을 매개하여 선천면역과 적응면역 반응을 효과적으로 조율한다.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다양한 사이토카인의 균형이 깨지면 과도한 염증이나 자가면역질환 등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