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출연 : 가이 피어스캐리 앤 모스2001년 선댄스영화제 월도 솔트 각본상 수상2000년 런던 비평가협회 올해의 각본상 수상1.선택 동기처음 이 영화를 보기 전 주위에서 내용을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화면이 시작되면서부터 반드시 영화를 다 이해하고 말 것이라는 굳은 각오로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나에겐 114분이란 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온통 몰입하여 볼 수 있었던, 영화관을 나온 후에도 오래도록 그 내용을 되새겨 볼 수 있었던 영화로 기억되었다. 한치의 오차도 없었던 치밀한 구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기억'에 관한 내면세계의 분석 등 모든 요소를 고루 갖춘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다.2.내용 및 구성'전 세계가 항복한 최고의 두뇌 게임''당신의 두뇌를 조롱하는 잔혹한 반전'이러한 영화 광고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메멘토는 어려운 퍼즐 같은 영화이다. 기존의 영화들이 시간의 순차적 구성을 따르는 반면 메멘토는 시간에 역행하는 서술 구조이기 때문이다. '메멘토'라는 말은 라틴어로 '기억하라'라는 뜻인데, 주인공이 한 남자를 총으로 살해하는 장면을 거꾸로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시작된다. 첫장면의 필름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은 이러한 역행 구조를 미리 암시하는 듯 하다. 그렇게 시간은 거꾸로 흘러가고 관객들은 이미 영화의 결말을 알고 왜 그렇게 됐는지, 진실은 무엇인지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결말을 미리 알고 보게됨에도 불구하고 그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 이유는 이 영화에서 결말은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누가 범인인가'가 아닌 '그 사람을 범인으로 단정하는 과정'이다.영화의 주인공인 레너드는 단기기억상실증 환자이다. 자신의 아내가 한 남자에게 강간되고 살해되던 날 밤 그는 10분 이상 기억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리게된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오직 자신의 존재, 그리고 아내를 살해한 범인이 존 G라는 백인 남자라는 것뿐이다. 그는 남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고 일어났던 일의 사진을 찍어두고, 메모를 해 두고, 중요한 것은 문신을 새겨 간신히 기억을 붙잡아두려 한다.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서 복수하려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범인을 찾아주는 것을 돕는척하면서 교묘히 그의 이런 장애를 이용하는 경찰관 테디 그리고 마약 거래상 나탈리라는 여자가 맴돌고 있다.단기기억상실증 환자가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 나선다는, 얼핏 보면 단순한 줄거리를 가진 이 영화는, 그 독특한 구성에서 이러한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있다. 우선 영화는 흑백과 칼라 화면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고 칼라화면은 현재부터 거꾸로, 흑백화면은 처음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또 칼라화면은 주인공의 시점에서 주인공이 기억하는 그대로, 흑백화면은 제 3자의 입장에서 진실에 접근하여 그려진다. 이렇게 두 화면이 번갈아 가며 보여지고 맨 마지막에 두개의 줄거리가 만나면서 중간에서 영화가 끝이 난다. 이러한 점은 우리 영화의 박하사탕이나 오수정의 구조를 닮았다. 박하사탕처럼 내용이 거꾸로 진행되고, 오 수정처럼 똑같은 사실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여준다. 그러나 다른 점은 각 시퀀스의 첫 장면은 다음 시퀀스의 마지막 장면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기억이 10분밖에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영화는 주인공의 관점에서 주인공이 기억하고 있는 10분의 단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관객들은 지나간 장면을 기억하고 있어야만 다시 진행되고 있는 장면과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영화는 한 장면 한 장면을 놓치지 않도록 관객들을 붙잡아 둔다. 행동과 대사 하나 하나를 기억하게 함으로써 관객들이 온통 영화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전체 이야기를 여러 부분으로 분절시키고 각각의 사건들을 또 다시 시간 역행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통해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들은 적잖은 혼란을 겪게 된다. 아마 감독은 관객들에게 이러한 혼란을 주면서 , 관객들이 객관적 사실보다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의 입장에서 같이 기억을 더듬어가게끔 유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할 일은 알면서도 한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흑백 장면에서 자신이 전 보험 수사관으로 있으면서 담당했던 보험 사기꾼인 새미의 경우를 테디와의 긴 전화통화로 이야기한다. 그는 가장 잘 보이는 왼쪽 손등에다 '새미를 기억하라'라는 문신을 새겨 놓고 새미가 기억 상실증으로 인해 그의 아내를 인슐린 과다 투여로 죽게 한 것을 떠올리며 자신을 경계한다. 그러나 실제로 새미는 보험 사기꾼에 불과했으며 아내도 없었다. 당뇨병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했었던 인물은 바로 자신의 아내였던 것이다. 아내를 인슐린 과다 투여로 죽게 만든 것이 자신의 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결코 자신의 경우가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한다. 그리고 그 부정을 습관적으로 확신하며 아내의 죽음은 오로지 존 G라는 남자에 의한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으로 그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웠던 것이다. 이러한 확신은 아내의 허벅지에 놓아주었던 인슐린 주사의 기억도, 주사를 놓은 것이 아니라 단지 꼬집었었다는 기억으로 자신에 의해 조작되고 만다. 또 진짜 존 G는 이미 주인공에 의해 죽었지만 주인공은 그 사실마저 기억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또 다른 존 G를 찾는다.3.영화에 대한 생각이 영화의 내용은 우리에게 조금은 생소한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설정을 통해 그려진다.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주인공은 자기가 왜 달리고 있는지 모른다. 맞은편에서 한 남자 달려오고 있기에 그때야 비로소 자신이 쫓기고 있다는 것을 안다. 또 여러 사람이 한 술잔에 침을 뱉는 것을 보지만 잠시 후에 그것을 잊은 채 주인공은 그 잔을 마신다. 이러한 모습들이다소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 부분도 있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잊지 못해 범인을 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일어난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하면서까지 처절하게 기억을 붙잡아두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낄 수 있었다.메멘토라는 영화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기억'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과연 그 기억에 대해 자신에게 얼마만큼 진실할 수 있는가? 주인공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기억은 그 색깔이나 모양을 왜곡시킨다.' '기억은 사실이 아닌 해석이다.' 우리는 지나간 각 사건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통해 진실이라는 것에 접근하려하지만 그것들은 이미 해석이라는 과정을 거쳐 왜곡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아내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자신이 아니라는 부정을 통해 왜곡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경우처럼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현실의 많은 부분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기억을 조작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기억을 못하더라도, 나의 행동에 의미가 있다고 나는 믿어야 한다'라는 주인공의 말이 떠오른다. 자신의 행동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믿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의 비겁함이나 부끄러운 행동들에 대해서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며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보려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 누구나 주인공 레너드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