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황동규1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풍경에서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 때에오랬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2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바꾸어 버린데 있었다.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 나고 낙엽이 떨어지고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황동규의 첫 번째 시집 에 수록되어 있는 이 시는 2연으로 구성된 산문시로서, 변함없이 기다리는 사랑의 즐거움 을 주제로 한 서정시이다. 또한 역설법과 반어법을 통해 기다림의 정서를 한층 더 강조하고 있다.제 1연에서는 반어적 표현을 사용하여 화자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절실한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제 2연에서는 자신의 사랑도 언젠가는 그칠 것이라 인정하면서도 기다림에 대해 변함없는 생각을 갖고 있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내가 이 시를 처음 접하게 된 때는 중학교 3학년 국어시간.그때나 지금이나 진정한 사랑이란 걸 경험해 보지 않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편지 에서 화자의 그 애틋한 사랑은 내 자신이 직접 겪은 마냥 느껴졌다.이 시를 읽을 때면 갑자기 마음이 막 설레면서 나도 사랑이란 걸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밤이 되면 골짜기에는 눈이 퍼붓고 내 사랑하는 님은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아도 내 이 사랑을 잇닿은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그 힘. 얼마나 사랑했기에 사랑의 변질 성을 알면서도 끝까지 당신만을 기다린다고 고백할 수 있었을까? 무엇 때문에 당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어떤 것도 아닌 그냥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던 사소함으로 사랑한다고까지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