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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적 담론
1.1. 위기에 직면한 한국민주주의
한국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민주화 이후 15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는 사회적 요구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안락한 보수주의에 젖어있는 모습이다. 이는 한국민주주의의 역사적·구조적 기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정당체제는 여전히 보수와 극우만을 대표하는 좁은 이념적 스펙트럼 내에서 경쟁하고 있다. 냉전 반공주의가 지배적 이념으로 지속되고, 이에 기반한 보수독점의 정치구조가 공고화되면서 한국민주주의는 내용적·질적으로 퇴보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정치적 대표체제의 보수성은 서민과 노동계급의 이익 및 요구가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지속시켰다. 이는 미시적으로 노동천시 사회분위기와 부동산 투기나 재테크와 같은 비생산적 활동에의 집중을 초래하였고, 거시적으로 한국사회를 도덕적으로 타락시키는 주된 요인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보수독점의 정당체제는 계급 간 불평등 구조를 급격히 심화시키고 중산층 중심 사회의 해체를 가속화하였다. 민주화 이후에도 국가는 기득구조와 시장체제의 불평등 구조를 제어하는 역할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기존의 규제장치를 제거해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계층 간 양극화와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지역감정 문제 역시 보수적인 정치구조에 기인한 바가 크다. 중앙집중화와 지역 간 불균형 발전이 가져온 갈등구조가 정치엘리트의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되고 전용되면서 지역 간 감정대립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과대성장한 언론의 영향력과 지식인 집단의 안락한 보수주의는 한국민주주의가 직면한 근본적 문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 모색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은 이러한 문제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한국민주주의는 보수적 성향에 갇혀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 엘리트와 시민사회 간의 괴리를 해소하고, 사회 갈등의 정치적 대표를 확대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1.2. 보수적 민주화에 대한 저자의 문제제기
저자는 그동안 한국 민주화의 특징을 '조숙한 민주주의', '운동에 의한 민주화', '협약에 의한 민주화' 등의 개념으로 설명해 왔다. 이러한 개념들은 강한 냉전반공주의 이데올로기, 재벌이 지배하는 경제구조, 거대한 국가관료제 등 권위주의에 친화적인 사회구조 속에서도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민주화가 가져온 변화의 측면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변화의 측면보다는 민주화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보수적 측면에 더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보수적 민주화'라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민주주의가 내용적으로나 질적으로 발전해야 할 단계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정체와 쇠퇴의 경로로 후퇴한 현실의 문제를 정면으로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민주주의의 정체와 쇠퇴의 핵심 원인은 정치적 대표체제가 좁은 이념적 범위 안에서 보수적 경쟁에 안주하고 있다는 데 있다. 즉, "한국의 정당체제가 구시대의 이념적 틀에 얽매여 있음으로 인해 탈냉전과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문제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시야와 언어를 요구하는데 반해 한국 정당체제의 틀과 언어는 변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민주화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특성에 주목하면서, 이것이 한국사회의 요구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무력해지고 있는 현실의 핵심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즉, 한국 민주주의가 근본적인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보수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저자는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1.3. 민주화 이후 한국민주주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전망
민주화 이후 한국민주주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전망은 매우 복합적이다. 저자는 민주화 이후 15년이 지난 오늘날의 한국민주주의가 여전히 사회적 요구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안락한 보수주의에 젖어있는 시대상황을 비판한다.
저자에 따르면, 민주화 이후에도 기존 정당들은 하층과 서민에 대한 정치적 동원 및 조직화를 통해 대중정당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의 정당체제는 간부정당, 선거전문가 정당, 포괄정당적 특성을 갖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사회의 다양한 계층적·직능적·직업적 이익들이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보수독점의 정당체제는 한국민주주의의 가장 큰 특징으로, 민주화 이후 15년이 지났음에도 오히려 더욱 강화되었다.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