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작품선정
1.1. 작품선정 이유
건축이 다른 예술장르와 다른 점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라는 점이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머물고 떠나며 모이고 흩어지면서 삶을 엮어간다. 그 과정은 막혔거나 열려있는 공간과 공간을 끊임없이 왕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들을 품고 있는 건축은 다시 가깝고 먼 주변의 다른 건축들과 조우하고 길과 어울리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근원인 자연을 만난다. 그것은 마치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여 흐르는 유쾌한 드라마와도 같다. 건축의 안을 이루는 공간과 바깥인 자연환경은 그래서 건축의 영원한 화두이다. 건축을 둘러싼 내·외 공간을 자연스레 연결하면서 내부와 외부를 관류하고 뒤바꾸는 것, 그것은 건축의 꿈이고 건축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것을 실현하려한다. 공간사옥은 이 같은 건축철학에 한국성을 응축, 우리 민족의 공간감을 새롭게 제시한 기념비적 건축이다. 건축가 김수근이 지은 이 건축은 일제를 거치면서 명맥이 끊긴 우리 건축의 정체성을 '공간미학'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간사옥의 답사를 다녀온 경험이 있어 그 내부공간을 체험하고 느꼈기 때문이다.
1.2. 개요
공간사옥의 공간적 특징,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분석하며 한국적 공간의 특징과 건축의장 수업의 내용을 정리하며 이해할 수 있다. 공간사옥은 1971년 완공 후 1977년 증축된 구사옥과 정확히 20년 후인 장세양 씨가 설계한 신사옥으로 구분되어있다. 기존 구사옥이 작은 공간들의 높이와 크기를 달리하며 모여있는 다양한 구성을 보여주는데 비해, 신축 건물의 구성은 단순하다. 노출 콘크리트로 구조와 계단부 등을 처리하고 사면의 벽 전체가 유리로 마감되었다. 기존 건물에서 비원 쪽이 보이는 풍경이 일품이었음을 중시한 의도가 엿보인다.
2. 공간사옥
2.1. 공간사옥에 대하여
2.1.1. 공간에 대하여
공간사옥의 공간은 여러 개의 단위공간을 만들어서 거기에 각자의 장소적 특이성을 부여했다. 건축가 김수근은 한국적 공간이 불러일으키는 힘의 강도를 잘 이해했고 그것을 능숙히 다룰 줄 알았다. 그는 한국건축의 공간적 특징을 '둘러싸여 있으나 결코 막히지 않은 공간'으로 지칭한 바 있는데, 여기서 주목한 것은 가시적인 것들이 아니라 그런 공간 속을 돌아다니는 무형의 힘이었다.
이 건물이 지니는 역사적인 의미는 전통건축에서 등장하는 공간개념을 현대적 방식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 건물은 그런 시도를 하기에 좋은 여건을 가졌다. 우선, 한옥들이 즐비한 서울북촌에 위치해 있어 전통적 공간개념을 집어넣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이 건물의 내부공간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며 중층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이런 특징은 건물 측면에 돌출해 있는 벽체들을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 그들은 건물 전체의 공간적 질서를 암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과거에 수평적으로 전개된 공간전개방식이 공간사옥에서는 수직적으로 이루어지며 과거건물에서 등장하는 마당과 벽체들은 공간사옥에서 내부공간으로 얇게 포개진다.
2.1.2. 방에 대하여
공간사옥에는 각기 다른 장소성을 가진 4개의 단위공간들이 존재한다. 바로 김수근자택 설계실, 전시장 그리고 공연장이다. 김수근은 이들을 가급적 단절시키되 다양한 매개공간과 연속된 동선체계를 통해 연결시키려 했다. 이런 생각은 전체 설계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개념이다.
김수근 주택의 경우 전통적인 문방공간을 담으려 했다. 조선시대 주된 문화적 창조가 전통적인 이곳에서 발생했다고 보고 구관의 상층부에 이 같은 공간을 복원했다. 그 아래층에는 공간화랑이 위치해 있다. 이 공간을 특정짓는 것은 독특한 동선체계이다. 스킵플로어 방식을 도입하여 각 실들이 반층높이로 계단에 연결되도록했다. 김수근이 이런것을 생각해 낸것은 지형적인 조건 때문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속된 공간은 전시기능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공간사랑은 해프닝이 일어나는 공간이자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공간으로 상정하였고, 설계실은 매우 복잡한 레벨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3층전체가 트인공간이고 다른한편 한층으로 꽉막힌 공간도 있다. 이런 대조를 통해 건축가는 매우 다이나믹한 공간감을 연출했다.
2.1.3. 방의 집합에 대하여
김수근은 공간사옥에서 각 공간들(자택, 화랑, 사무실,사랑)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단절시켰고 매개공간과 복잡한 동선체계를 통해서 그들을 연결하려 했다. 따라서 건물전체를 한 바퀴 돌고나면 우리의 의식속에서 여러 공간들이 중첩되어 나타나게 된다. 이 건물이 주는 풍부함과 깊이감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이것은 전통건축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건물내부를 전시실, 공연장, 카페, 사무실등과 같은 다양한 단위공간들로 분리한 다음, 매개공간으로 연결 시키는 것이다. 공간사옥에는 그러한 매개공간이 두군데 있는데, 하나는 건물입구의 외부마당이고 또다른 하나는 건물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등장하는 리셉션 홀이다.
리셉션홀은 구관과 증축부분을 연결하는 중간지역으로 다양한 공간들로 향하는 계단들이 시작하는 곳이기도하다. 이 공간을 설계하면서 김수근은 연경당의 대청마루를 많이 참조한 듯하다. 그곳에서 대청마루는 안채와 사랑채를 교묘하게 연결하면서 동시에 마당과 연결되어 있다. 김수근이 이 부분을 주목한 이유는 "그곳이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으로 구분되지 않는 중간지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융통성이 큰 공간이다. 겨울에는 위에 걸어둔 미닫이 창을 닫아서 내부 공간화하고, 여름에는 오픈시켜서 외부공간에 가깝게 한다."는 그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공간사옥의 리셉션 홀은 이런 생각을 적절하게 담고 있다. 마당으로 향하는 벽체를 투명하게 개방하여 우리가 대청마루에 앉아서 볼 수 있는 시각적인 개방감을 갖도록 했다.
따라서 김수근은 공간사옥에서 각 공간들을 의도적으로 단절시키되, 매개공간과 복잡한 동선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