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노년기 배우자 사별 후 적응과정에서의 개인적 성장
1.1. 서론
1.1.1. 연구의 필요성
노년기에는 은퇴로 인한 소득원 상실과 역할상실, 질병과 기능감퇴와 같은 위기적인 상황들이 발생하게 되지만, 그 중에서도 배우자 사별은 가장 극심한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생애사건이다. 노년기에 일생을 함께 해 온 배우자와의 사별은 "폭포효과"라 불릴 정도로 홀로 남겨진 노인에게 여러 부정적인 여파를 가져온다. 슬픔과 외로움 등 애착대상의 상실과 관련된 1차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소득의 감소와 사회적 관계의 축소,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새로운 역할수행에서 오는 당혹감과 같이 삶의 영속성이 파괴되거나 변화되는 것과 관련된 2차적 스트레스를 초래한다. 이는 노년기라는 발달 단계에서 일반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다른 위기상황과 맞물려 노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위험요소가 된다. 따라서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보편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배우자 상실이라는 사건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것은 노년기의 중요한 발달과업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배우자 사별이 개인에게 인격적 성장과 같은 긍정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1.1.2. 연구의 목적
이 연구에서는 노년기의 배우자 사별 후 성장과정을 탐색하고 이에 대한 이론을 개발하여 사별 후 적응에 대한 이론적 지평을 넓히고자 하였다. 또한 배우자와 사별한 남녀 노인들이 각자의 인생 속에서 사별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며, 개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1.2. 이론적 배경
1.2.1. 배우자 사별적응 관련 이론적 모델
배우자 사별적응 관련 이론적 모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스트레스 모델에서는 배우자의 죽음이 스트레스 사건으로 간주되며, 개인이 보유한 자원(신체·경제적 자원, 인간관계, 신념체계, 대처기술 등)이 배우자 사별이라는 스트레스 사건에 대한 대처에 영향을 주고, 그 사별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사별적응의 수준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둘째, 이중과정 모델은 배우자 사별적응 과정을 상실 중심 대처(슬픔 극복)와 회복 중심대처(새로운 삶의 영위)의 두 가지 측면 간의 순환과정으로 본다. 이 두 가지 중요 과제를 순환하는 과정에서 사별에의 적응 수준이 결정된다.
셋째, 과업 모델에 따르면, 배우자 사별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것은 노년기의 중요한 발달과업이다. 또한 비탄의 단계에 따라 유족이 경험하게 되는 증상들이 달라지며, 그 단계별로 수행해야 하는 과업들이 달라진다. 이 모델에서 제안하는 사별 상황에서의 4가지 과업은 사별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비탄의 고통을 경험하기, 배우자가 없는 홀로된 환경에 적응하기, 고인과의 관계를 재배치하고 앞으로 나아가기이다.
노년기의 배우자 사별적응은 노년기에 보편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인적, 신체적, 경제적 자원부족이라는 위기상황 하에서 배우자 사별에 대한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적응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1.2.2. 고통스러운 경험 후의 성장
사별을 주요한 외상경험으로서 논의하여 사별경험을 통해서도 개인적 성장이 이끌어질 수 있다. 배우자와 사별 후에 새로운 가능성, 대인관계의 변화, 내적인 강건함, 실존적·영적 성장, 삶에 대한 감사 등 내적으로 더욱 강해지고 낙관적이 되었고, 자기통제감이나 충족감이 더 높아졌음이 보고되었다.
즉, 배우자와의 사별이라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오히려 개인적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별 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대인관계가 발전하며, 자신의 내적 강인함을 발견하고,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사별이라는 고통 속에서도 개인이 지닌 회복탄력성과 적응력이 발휘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배우자 사별 후 개인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별과 관련된 연구의 지평을 보다 확장시키고자 하였다.
1.3. 연구 방법
1.3.1. 연구 참여자
배우자와 사별한 65세 이상의 노인 17명이 연구 참여자로 선정되었다. 평균 연령은 75세이며, 남녀의 비율은 남성 4명, 여성 13명이다. 사별 후 경과 기간은 평균 6.35년이다.
1.3.2. 자료수집
심층 면접내용, 연구자의 현장 노트와 메모 등의 자료가 분석에 사용되었다. 90~120분의 심층 면접을 1~2회 실시하여, 배우자 사망 정황, 가족관계 및 배우자와의 부부관계, 사별 후의 전반적 상황, 적응과정에서의 대처 행동, 사별 후 경험한 변화, 변화를 위한 노력 등에 관해 개방형 질문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노년기의 배우자 사별 후 성장과정을 총체적으로 탐구하고자 하였다.
1.3.3. 분석방법
자료의 분석은 개방코딩, 축코딩 단계(Strauss and Corbin, 1998)로 나누어 실시하였다.
우선, 개방코딩은 개념을 밝히고 그 속성과 차원을 자료 안에서 발견해 나가는 분석과정이다. 연구자는 심층면접에서 나타난 단어, 어절, 문장 등을 지속적으로 비교 분석하여 개념을 추출하고 범주화 작업을 하였다.
둘째, 축코딩은 범주를 하위범주와 연결시키는 과정으로 개방코딩에서 도출된 범주들이 서로 연결되고 교차되는지를 비교, 분석하면서 패러다임을 구성하고 구조를 만들며, 과정을 발견하는 분석과정이다. 노년기 배우자 사별 후 성장과정의 이론구축을 위해 각 범주 간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관계를 찾아내고 자료를 가설적으로 정형화하기 위해 유형분석을 실시하였다.
이와 같은 분석방법을 통해 노년기 배우자 사별 후 성장과정에 대한 이론적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였다.
1.4. 연구 결과
1.4.1. 범주화 및 패러다임 분석
배우자와 사별한 노인들은 '우울함, 막막함, 생활상의 스트레스, 심리적 위축감, 회한, 홀가분함, 독립성 유지에 대한 욕구, 사회적지지, 신앙생활'을 경험하였다. 사별 직후 심리적 손상 정도는 '부부관계', '개인의 독립적 내지는 의존적 성향', '사별에 대한 마음의 준비'에 따라 달랐다. 맥락적 조건에는 '친밀한 인간관계 구축에 대한 욕구'와 '독립성 유지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은 '현실에 대한 직시'와 '새로운 삶을 위한 노력'이었으며, '사회적지지'와 '신앙생활'이 이를 촉진하고 제어하는 중재적 조건이었다. 이를 통해 노년기 배우자 사별 후 성장은 '슬픔과 절망 단계', '끌어안고 나아가기 단계', '성장 단계'의 3단계로 나타났다.
1.4.2. 과정 분석
배우자 사별 후 성장 과정은 '슬픔과 절망 단계', '끌어안고 나아가기 단계', '성장 단계'의 3단계로 분석되었다.
슬픔과 절망 단계는 배우자가 사망한 직후부터 시작된다. 배우자의 사망이 갑작스럽든 아니든 배우자의 죽음은 참여자들에게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2차적 스트레스는 초라함, 자책, 자녀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부담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졌다.
끌어안고 나아가기 단계에서는 궁극의 절망감을 느끼는 기간이 개인차가 있었지만, 2~5년이 경과된 시점부터는 서서히 혼자가 된 삶을 어떻게든 헤쳐 나가고자 하였다.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고 경제적으로 원조하거나 가사 일을 돕는 등 홀로 된 부모가 빨리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지해 주었다. 참여자들은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성장 단계에서 참여자들은 절망적 상황에서 점차 헤쳐 나와 삶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사별 전의 생활과는 달리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새로운 활동 등, 예전에는 하지 못 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점차 삶에 희망을 가지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사별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인간관계와 활동에 능동적으로 임하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인생에 회한을 느낀다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슬픔과 절망단계로 돌아가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순환적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순환체계 역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점차 성장 단계로 정착되어 가는 양상을 보였다.
1.4.3. 유형 분석
참여자의 유형에는 적극적 변화형, 발전적 적응형, 포용형, 답보형, 원망형이 있다.
노년기 배우자 사별 후 인격적 성장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보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