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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신채호(1880~1936)는 단순한 역사가가 아니었다. 그는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시대에, 무너진 자존을 회복하기 위해 '기억의 전선'에서 싸웠던 정신적 전사였다. 조선이 식민지로 전락한 이후, 민중의 자부심은 철저히 무너졌고, 과거의 역사조차 타자의 관점으로 재편되는 현실 속에서, 그는 역사를 통해 민족의 존재 근거를 다시 세우고자 했다.
그의 역사학은 단순히 과거를 나열하는 기술(記述)이 아니었다. 오히려 과거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고, 민족의 주체성을 재정립하려는 사상적 실천이었다. 이와 같은 태도는 『조선상고사』 전반에 깊게 스며 있으며, 특히 제4장은 신채호 사상의 핵심 명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이라 할 수 있다.
신채호는 당시의 주류 사학이 유교 중심의 통치 이념에 매몰되어 있음을 비판하며, 그 속에 묻혀버린 고구려, 백제, 발해 등의 역사를 되살리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는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는 관점을 통해, 과거를 '사실의 집합'이 아닌 '의미의 투쟁장'으로 바라보았다. 이는 곧 역사를 바라보는 틀 자체를 뒤흔드는 급진적 관점이었다.
그의 사유는 곧 민족의 과거를 복원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도전이기도 했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는 오늘날까지도 기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역사에 매달렸고, 그 노력의 결과물이 『조선상고사』라 할 수 있다.
2. 줄거리 요약
1) 역사는 '나'를 지키기 위한 집단의 서사
신채호는 역사의 본질을 '나(我)'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으로 해석했다. 이는 단순한 철학적 은유가 아니라, 민족사 전체를 꿰뚫는 핵심 틀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곧 '나는 무엇이 아닌가'를 묻는 타자 인식으로 이어지며, 이 과정에서 정체성이 형성된다. 이 논리는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민족·국가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조선의 역사를 보면 자국을 '우리'로, 중국과 일본을 '그들'로 구분하며 역사적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이 구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교류와 갈등, 수용과 저항을 통해 유동적으로 변화해왔다. 특히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 속에서 조선은 끊임없이 '우리다움'을 고민했고, 때로는 이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신채호는 이와 같은 관계가 단지 외교나 전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문화와 사상, 제도의 흐름에도 깊게 작용했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타자(非我)는 항상 위협의 대상이자 변화의 촉진자였고, 우리(我)는 그러한 관계 속에서 존재의 이유와 방식을 재정립해왔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역사는 단순한 연대기나 통치자의 행적이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