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고전사회학의 이해
1.1. 서론
거대서사가 그 타당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하는 시대에, 보통 사람들에게 마르크스, 베버, 뒤르켐이 어떤 적실성을 갖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풍조와는 별개로, 이 세 명의 학자가 남긴 사회학적 지적 유산은 여전히 유효하다. 뒤르켐은 근대사회의 공동체 유대 약화 및 자살 증가 현상에 대해 이해하고 바로잡고자 노력하였다. 뒤르켐을 사로잡은 것과 동일한 종류의 관심이 최근에 '공동체주의'의 신뢰의 필요성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뒤르켐에게서 절박한 위기의식에 비롯된 사회학적 사유의 동기뿐만 아니라 사회학의 중심질문을 강력하게 정당화하는 정식화를 발견한다. 뿐만 아니라 마르크스, 베버, 뒤르켐 등 근대 사회학의 창시자들이 남긴 사유체계에 대해 우리가 큰 빚을 지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후기구조주의자들이 '메타 서사'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우리는 베버의 메아리를 듣는다. 즉, 현실의 방대한 국면들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려는 거대한 이론적 도식은 실제로 입증될 수 없고, 모든 지식은 제한적이며 잠정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마르크스, 뒤르켐, 베버는 근대 사회학의 '창시자'로 널리 간주된다. 사회계층과 이동, 교육, 경제발전, 국가, 문화,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하지만 이들을 사회학의 창시자라고 간주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으로, 다른 많은 학자들도 사회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학자들의 사회학적 의제들이 그들이 가졌던 관심의 많은 것을 강력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생각을 소개하는 것이 사회학적 사고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이는 사회학적 사고의 근본적인 이론적 과제 중 하나가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사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 개인행위와 사회구조를 조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1.2. 에밀 뒤르켐
1.2.1. 사회적 행위의 연구
뒤르켐은 사회학이 추구해야 할 과학적 인식론에 대해 매우 명확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사회적 행위에 대한 연구가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사회적 행위는 개인의 의식과 의도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없으며, 오히려 사회적 사실이라는 더 광범위한 현상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뒤르켐은 베버와 달리, 사회학은 사회 자체를 이해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사회는 단순한 개인들의 합 이상의 것으로, 고유한 성격과 규칙성을 지닌 실재적 존재이다. 따라서 사회학자의 임무는 사회적 사실의 객관적 성격을 파악하고, 그것의 본질적 속성과 기능, 그리고 상호 관련성을 밝혀내는 것이다.
뒤르켐은 공리주의적 관점이 개인의 의식과 행동을 설명하는데 부족하다고 보았다. 공리주의자들은 인간의 행동이 쾌락의 추구와 고통의 회피라는 단순한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르켐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회적 요인들에 의해 규정된다.
그는 사회적 행위를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는데, 하나는 개인들 간의 차이를 강조하는 행위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들의 공통성을 강조하는 행위이다. 예를 들어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범죄자와 일반 시민을 구분하지만, 동시에 범죄자를 사회의 일부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행위에는 구별과 통합이라는 양면적 성격이 내재되어 있다.
뒤르켐에게 사회적 행위의 핵심적 특성은 상징성이다. 즉 개인의 행위가 단순한 자연적 움직임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처벌은 단순히 가해자에 대한 제재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데, 그것은 사회 구성원 전체의 공동체 의식을 표현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처럼 뒤르켐은 사회적 행위에 내재된 사회적 의미와 상징성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사회학은 개인의 심리나 동기가 아니라 사회적 사실로서의 행위 자체를 연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행위의 연쇄적 반응과 사회적 질서의 유지 및 변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았다.
1.2.2. 공리주의 비판
뒤르켐은 공리주의가 인간 행동을 묘사하는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공리주의는 인간이 자기 이익을 엄밀히 계산하여 그 이익을 추구한다고 본다. 그러나 뒤르켐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경우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뒤르켐이 볼 때, 공리주의가 요구하는 엄격한 합리적 속성을 결여한 행동이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했다"".
1.2.3. 사회라는 실체
뒤르켐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광대한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방랑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는 이 문제를 해명함으로써 모든 사회의 사회적 연대의 근원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에 따르면, 그것은 사회의 경계가 도덕적인 것으로 인해 구분되고, 사회가 본질적으로 도덕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도덕적 성격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를 효율성과 관련하여 평가하는 공리주의적 묘사와 날카롭게 대비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행동의 도덕적 성격에도 관심을 갖는다. 뒤르켐이 볼 때, 이러한 사실은 그가 사회학을 도덕적 사실에 대한 과학이라고 말할 정도로 사회적 삶의 이해에 매우 중요하다.
경제학이 계몽주의적 관념을 보전하며 개인을 중시하는 것과 달리, 사회학의 프로젝트는 단순한 개인들의 집합체 '이상'의 것이자 사회학이라는 독특하고 독자적인 과학에 진정한 주제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논점에서, 뒤르켐이 볼 때, 공리주의적 가정은 실체의 개인적 또는 심리적 수준과 집합적 또는 사회적 수준 간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뒤르켐은 "사회적 사실을 사물로 취급하라"고 훈령하였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는 사회적 사실은 자연적 사실처럼 바로 그 자체로 사실이며 그것만큼 실재한다는 주장이고, 둘째는 그러한 사실에 대한 과학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이 자연적 사실에 대해 취하는 것과 동일한 탐구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뒤르켐에 따르면, 자연적 사실은 외재성과 구속성의 성질을 지닌다. 외재성이란, 사실은 우리의 선입견과 관념에 무관하기에 인간인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구속성은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한 채, 사실에 구속되어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실재로 일상적 삶의 많은 것 속에서 구속당하고 있지만, 그것이 우리를 구속한다고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사실의 외재성으로부터 사회적 사실은 자연적인 사실 못지않게 우리의 개별 행위들의 실제적이고 독자적인 조건을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구속성으로부터 사회적 사실 역시 자연적 사실의 연구와 동일한 태도를 가지고 접근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뉴르켐은 사회가 통일성과 분리성 모두를 지니는 실체라고 보았다. 이를테면 기계적 연대는 소규모의 미분화된 사회로서, 균일성의 유지가 매우 강조되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본질적으로 억압적 성격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반해, '유기적 연대'는 정교화된 '사회적 분업'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의 사회조직서 하나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하나의 전문화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유기적 연대'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전체 사회의 작동에 개별적으로 기여하는 하나의 단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뒤르켐은 개인이 먼저인가, 사회가 먼저인가에 대한 문제에 있어 개인과 사회는 분리될 수 없는 존재라고 보았다. 근대사회에서 개인들간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러한 개인들이 한 사회의 성원으로서 공유하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뒤르켐이 볼 때, 구체적 개인들은 두 부분의 혼합물이다. 따라서 근대사회의 개인주의가 공리주의적 원리로의 회귀를 예고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사회에서 개별 성원들이 서로 간의 관계를 자유롭게 계약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약이 사회가 수립되는 토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1.2.4. 사회의 통일성
뒤르켐에 따르면 사회는 개인들 '이상의 어떤 것'을 포함하고 있다"" 뒤르켐은 사회가 단순히 개인들의 집합이 아니라 그 이상의 독자적인 실체라고 보았다"" 사회는 개인을 구성하고 개인의 행위를 규제하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이다"" 이러한 뒤르켐의 관점은 개인주의에 반대되는 것으로, 사회가 개인에 앞서며 개인은 사회적 산물이라고 본다""
뒤르켐은 사회가 갖는 통일성과 유기성에 주목하였다"" 그에 따르면 사회는 도덕적 현상이며, 사회구성원 간의 규범적 합의와 유대에 의해 통일성을 유지한다"" 개인은 사회적 존재이며, 개인의 행...